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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엄지혜 - 밀리의 서재 에세이 추천

by 나 현재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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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저자 : 엄지혜
국내소설 > 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밀리의 서재 추천
 

하이라이트

누군가를 추억할 때 떠오르는 건 실력이 아니고 태도의 말들이었다.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글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오목경인 경우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덜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보다 일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말하는 걸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것"이라며 "고통은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많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왜 사소한 일에 더 분노하는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옹졸하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웬걸, 매사 약속 시간을 어기고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나는 진심으로 화를 덜 내고 싶은데, 타인이 그저 습관적으로 흘린 말들을 며칠 동안 곱씹는다. 소화되지 않은 말들을 평생 기억한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딱 그 나이에 맞는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김치에도 겉절이가 있고 묵은지가 있잖아요. 잘 익은 김치, 덜 익은 김치가 나름대로 맛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예요. 그 나이, 그 감성으로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의 생각, 감성을 존중하고 싶어서 하나도 고치고 싶지 않았어요.

한 사람이 한 시기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래 고친다고 해도 나아지지 않아요.

매력을 느끼는 건 쿨한 놈들이지만 사실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이 징징대는 놈들인 것이다.

소설가 은희경은 '잔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듣는 사람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옳은 말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내게 말했다. "즐거울 때 글이 나오나요?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이유가 없어요." 내가 글을 쓰는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지금 행복한가? 불금도 못 즐기고 토요일 새벽에 기어코 깨서 몇 줄이라도 적고자 컴퓨터를 켠 나는 행복한가? 내가 쓴 글을 누군가 공감해 줄 때는 행복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이 행복하진 않다. 그럼에도 쓰게 되는 의지, 욕망은 무얼까. 아마 위로다. 내 마음을 돌봐 줬다는 의지에서 발현되는 위안.

소설가 권여선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읽었다. 작가는 순댓국을 좋아한다. 하루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 소주 한 병과 순댓국을 시켜 먹는데, 순댓국집 단골인 늙은 남자들의 의뭉스러운 시선이 쏟아진다. 작가는 말한다. "자기들은 해도 되지만 여자들이 하면 뭔가 수상쩍다는 그 불평등의 시선은 어쩌면 '여자들이 이 맛과 이 재미를 알면 큰일인데'하는 귀여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불쾌한 시선을 귀여운 두려움으로 치환하는 성숙이라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작가는 그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메롱이라도 한 기분"이라며, 불굴의 의지를 드러낸다.
진실로 탐나는 삶의 태도다.

"어떤 말은 간단해도 아주 힘이 셌어. 괜찮아.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었어."

타인의 평가에 자주 흔들리는 사람은 인생의 노선을 자주 바꾼다. 같은 일을 오래 하지 못한다. 자꾸만 옆길로 새다가 본질을 놓친다. 20대 때 나의 인생 주제는 선택과 집중이었고, 30대는 태도와 균형이다. 항상 귀를 활짝 열되, 적절히 닫을 줄 아는 슬기가 있길 바란다.

"한없이 나를 낮춰서 한없이 나를 올리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녀 앞에서만은 머슴이 되어 그녀 눈에만은 귀족으로 보이고 싶었다"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읽고 태도를 읽어요 책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 말수가 적은 사람을 주시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 낯선 이에게도 선뜻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문화 웹진 『채널예스』와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만드는 엄지혜 기자입니다. 책보다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하는 엄지혜 기자의 주력 분야는 인터뷰. 아마 한국에서 유명 인사를 가장 많이 만나 본 사람 중 한 명일 겁니다. 엄 기자가 만난 유명 인사들에게는 유명하다는 점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책’이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을 쓴 사람 그리고 책을 만드는 사람도 저자는 놓치지 않습니다. 책에서 출발한 애정으로 책에 담긴 사람의 마음과 책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고, 책과 사람을 읽어 내는 것이 저자의 일이지요. 십 년 남짓 사람과 책에 담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온 저자는 책과 사람을 읽는 것은 태도를 읽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뭉근하고 꾸준한 빛을 만드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는 ‘태도’는 일상의 사소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입니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메일 한 통, 문자 메시지 한 줄을 보낼 때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말하기,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고마운 마음을 잘 표현하기, 칭찬 전달하기, 쉽게 판단하지 않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너무 사소해서 곧잘 놓치는, 너무 시시해서 쉬이 지나쳐 버리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모르기에, 말하지 않으면 진심을 알 수 없기에 태도를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도의 말들』은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귀 기울인 태도의 말 한마디, 책에서 발견한 태도의 문장 중 “혼자 듣고(읽고) 흘려버리긴 아까운 말들”을 모은 책입니다. 한 사람에게서, 한 권의 책에서 읽어 낸 태도의 말들을 소개하고 거기서 출발한 단상을 풀어냈지요. 이 백 개의 문장은 제각기 다른 태도를 가진 백 명의 말이지만, 여기에는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담겨 있기도 할 것입니다. 착함을 매력 없음으로, 배려를 자신감 없음으로 받아들이는 이 세상이 요구하는 태도에 반기를 들고 마음 전하는 일에 애쓰는 태도, 시시한 일상을 가꾸는 태도,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 관계 맺음에 있어 선을 긋지 않고 배려하며 선을 넘는 태도 말입니다. 태도는 결국 작은 것들로 이루어지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고 일상을 꾸리고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할 때, 타인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은 결국 나를 배려고 존중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겠지요.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일에 각별하게 마음 쓰는 분,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이 궁금한 분, 사소한 것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분, 순간의 반짝임이 아닌 꾸준히 빛을 발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태도를 읽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매만져 보면 어떨까요. 자신만의 속도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주시길,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자
엄지혜
출판
유유
출판일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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